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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1장 (환상방황) [ 2부 : 나를 찾아가는 순례] 1. 환상방황 그는 왜 죽었을까. 그리움으로 사무치는 세월을 견뎌야 하는 산자의 형벌. 삶과 죽음, 환영이가 남겨두고 간 유일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나는 그 삶과 죽음의 비밀을 알아야겠기에 이 무모한 순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생이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삶이 아닌 또 다른 삶은 가능할까? 나는 왜 태어났으며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나는 궁금했다. 끊임없이 내 안의 나에게 묻는다. 불평등하고 부조리해 보이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신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당장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경지의 삶이란 무엇일까? 풀리지 않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 나는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집으로 돌아가.. 2021. 11. 15.
1부 - 5장 (산경도를 펼치며) 5. 산경도를 펼치며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570km 산줄기를 49일동안 대중교통 수단없이 오직 두발로 걸어야 한다. 일명 낙동정맥따라 백두대간 순례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독도법에도 능통해야 하며, 방향을 잡기위한 동물적 감각도 익혀두어야 한다. 지형지리에 해박해야 한다. 우선 낙동강의 오른쪽 분수령인 낙동정맥 산줄기 370km를 걸어갈 것이다. 낙동정맥(洛東正脈)은 낙동강 동쪽에 위치한 동해안을 바라보는 산줄기다.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동해안과 낙동강 유역의 내륙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그렇게 20여일 걷고나면 강원도 태백에서부터 진부령까지 이어지는 200km의 백두대간 주능선 마룻금을 따라 걸어갈 것이다. 태백에 있는 삼수령은 피재라고도 불리는데, .. 2021. 11. 12.
1부 - 4장 (옴 OM) 4. 옴 (OM) 그렇게 보름이 흐르고 부산으로 출발하기 이틀을 남기고 있을 즈음, 무관심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자영씨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의외였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나는 약속한 장소인 종로 골목길 허름한 커피숖에서 자영씨를 만나러 갔다. 그녀도 고민고민 하다가 나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거의 반년만에 본 그녀의 모습은 환영이와 함께 있었을 때의 모습처럼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허브향이 은은히 풍겨져 나오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요조숙녀처럼 차분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서로 무슨말을 해야할지 난감했지만, 이내 날 만나고자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요. 전달할 것도 좀 있고요. 우선 이거 받으세요. ‘옴.. 2021. 11. 12.
1부 - 3장 (49일간의 영결식) 3. 49일간의 영결식 자영씨와 공항에서 헤어진 이후에 나는 그녀를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나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방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 사이에 혹한의 겨울을 지나 봄이 왔다. 거의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봄이 오던 어느 날, 동네 얕으막한 뒷산을 오르다가 들린 산사(山寺)의 주지스님께서 차담중에 구천(九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구천에서 떠돈다는 이야기였다. 환영이가 생각나서 귀가 솔깃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늘과 땅 중간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환영이의 넋이 떠올랐다. 그 날부터 나는 그의 넋을 보살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환영이를 구천에서 해방시켜 줄 사십구제를 나만의 특.. 2021. 11. 9.
1부 - 2장 (여자친구 자영씨) 2. 여자친구 자영씨 환영이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2차 조난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더 이상의 조난자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 환영이는 그렇게 만년설 속에 묻혀 히말라야 설인으로 남았다. 가르왈 히말라야 깊은 계곡 어느 바위벽에 잠든 환영이, 영원한 침묵의 강을 건넌 그를 남겨두고 우리 원정대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공항에 마중나온 대원들의 가족들은 모두들 오열을 하며 서로 부둥켜 울기 시작했다. 살아서 돌아와 천만 다행이라며 대원들을 위로하는 가족들이 왠일인지 낮설게만 느껴졌다. 그 때 대원들의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먼 발취에서 흐느끼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자영씨가 보였다. 환영이의 여자친구, 자영씨였다. 자영씨는 누군가의 .. 2021. 11. 9.
1부 - 1장 (내 친구 환영이) [ 1부 : 생사의 길목에 서서] 1. 내 친구 환영이 이 이야기는 청년시절 기억속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내 나이, 만으로 스물셋에 벌어졌던 이야기다. 그 때 당시 나는 전문산악인으로써 암벽등반, 빙벽등반, 장기종주산행을 하며 산에 미쳐 살았다. 그러던 중 산악회에서 추진했던 히말라야 한국원정대 대원으로 발탁되어,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바기라티 Ⅳ봉(6193m) 세계 최초의 루트를 개척하여 오르는 계획에 참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린 등정에 실패했다. 끔찍한 참사를 당했다. 일생일대의 잊혀질 수 없는 큰 사고였다. 정상 어택(attack)중에 공격조는 거대한 눈사태를 만났고. 그 눈사태가 우리를 덮쳤다. 우리는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인해 소중한 대원 한 명을 잃었다.. 2021.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