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다큐에세이 #실화수기 #실화다큐에세이 #실화에세이1 [에필로그] [에필로그] 백두대간 순례중에 써놓았던 기록들을 어딘가에 숨겨 왔었다. 그 기억들을 영원한 침묵의 강 저편 기슭으로 띄워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의 순례기록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하잘 것 없고 부질없느냐는 생각에 들추어 낼 수가 없었다. 산 자의 안위를 위하여 죽은 자의 명성을 더럽히는 것 같았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순례기록은 서랍 속 잡동사니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27년만에 우연히 세상에 드러났다. 이 기록은 떠나보낸 그 악우(岳友)에 대한 슬픔을 잊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 기록들을 읽어 내려가며, 왜 숨겨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불귀의 객이 된 그를 히말라야 만년설 속에 묻어두고 돌아온 날부터 나는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지만 항상 수포로 돌아갔다. 얼어붙은.. 2022. 2.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