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67

작가소개 [작가소개] 스무살 때부터 산에 미쳐 살면서 암벽·빙벽을 섭렵한 후, 히말라야원정대 대원으로 등반경험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눈사태를 만나 소중한 대원 한 명을 잃었다. 그 아픔을 잊기 위해 스물세살 때부터 낙동정맥 백두대간 단독종주를 시작으로 수차례 산줄기 탐사를 진행했으며, 제주 올레길 425km, 지리산 숲길 300km, 동해안 해파랑길 770km 등을 모두 걸었다. 여행에 눈을 뜨며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하(山河)에 반했고, 그 자연환경을 지키고자「녹색연합」이라는 시민단체에서 4년여간 활동을 했다. 그 때 함께했던 동지와 가정을 꾸려 서울에서 전라북도로 귀농귀촌했다. 유기농자급자족 생태영성공동체를 꿈꾸며 5년간 초보농사꾼으로 좌충우돌하다가 굶어죽기 딱 좋은 길임을 깨닫고, 2006년 국내 최초의.. 2022. 2. 8.
[에필로그] [에필로그] 백두대간 순례중에 써놓았던 기록들을 어딘가에 숨겨 왔었다. 그 기억들을 영원한 침묵의 강 저편 기슭으로 띄워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의 순례기록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하잘 것 없고 부질없느냐는 생각에 들추어 낼 수가 없었다. 산 자의 안위를 위하여 죽은 자의 명성을 더럽히는 것 같았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순례기록은 서랍 속 잡동사니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27년만에 우연히 세상에 드러났다. 이 기록은 떠나보낸 그 악우(岳友)에 대한 슬픔을 잊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 기록들을 읽어 내려가며, 왜 숨겨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불귀의 객이 된 그를 히말라야 만년설 속에 묻어두고 돌아온 날부터 나는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지만 항상 수포로 돌아갔다. 얼어붙은.. 2022. 2. 8.
4부 10장 10. 신화가 쓰여지다 설악산군에 포함된 마산(1,380m)을 넘어 마지막 구간 13km를 걸어와 진부령에 도착했다. 3월 31일 부산에서 시작한 순례일정이 5월 18일이 되어서야 49일간의 모든 일정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북녘의 분단선에 가로막혀 더 이상 백두대간을 이어갈 수는 없지만,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래도 단독종주를 감행하며 부산 금정산에서 강원 진부령까지 49일동안 남녘의 산줄기 770km를 완주했다. 짐작하고 있었지만 진부령휴게소 안에서는 자영씨가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감격에 겨워 손을 맞잡고 포옹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위엄과 차분함에 눌려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눈인사만 하게 되었다. 약속한대로 그녀는 순례 마지막 날에 맞춰 나를 찾아왔다... 2022. 1. 24.
4부 9장 9. 산과 하나된 신화 5시에 정좌하고 앉아 녹차를 끓여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어젯밤 흡혈 진드기의 습격으로 이곳저곳에 반점들이 얼룩덜룩 붉어져 있다. 가려워서 자꾸 긁다보니 손톱에 긁힌 자국들이 영광의 상처처럼 온 몸에 그려졌다. 오늘은 야간산행을 감행해서라도 대청봉까지 21km를 걸어야 했다. 어제도 그만큼 걸어왔다. 설악산국립공원 권역에 들어서니 젖먹던 힘까지 올라온다. 오늘부터 3일만 더 걸으면 모든 일정은 끝난다. 단목령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에 걸쳐 있는 점봉산(1,426m)으로 넘어가던 중 또 다시 무릅에 문제가 발생했다. 다리를 절둑거리며 평생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통증이 재발하여 더 이상 걷기가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불시에 찾아온 치통까지 나의 정신.. 2022.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