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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다큐에세이

1부 - 5장 (산경도를 펼치며)

by 당당 2021. 11. 12.

우리나라 고유 지리개념에 기초한 산경도(왼쪽)와 일본인이 지질구조선을 기초로 발표한 산맥도(오른쪽)

5. 산경도를 펼치며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570km 산줄기를 49일동안 대중교통 수단없이 오직 두발로 걸어야 한다. 일명 낙동정맥따라 백두대간 순례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독도법에도 능통해야 하며, 방향을 잡기위한 동물적 감각도 익혀두어야 한다. 지형지리에 해박해야 한다. 우선 낙동강의 오른쪽 분수령인 낙동정맥 산줄기 370km를 걸어갈 것이다. 낙동정맥(洛東正脈)은 낙동강 동쪽에 위치한 동해안을 바라보는 산줄기다.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동해안과 낙동강 유역의 내륙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그렇게 20여일 걷고나면 강원도 태백에서부터 진부령까지 이어지는 200km의 백두대간 주능선 마룻금을 따라 걸어갈 것이다. 태백에 있는 삼수령은 피재라고도 불리는데, 높이 920m로 삼강(三江:한강·낙동강·오십천)의 발원지점이다.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부산에서 피재까지 370km, 그리고 고성까지 200km, 지도상의 총거리 570km의 산줄기를 걷는 무모한 계획이 될 것이다. 지도상의 직선거리 570km이지만, 실제 지형과 오르막 내리막 차이가 있어서 770km를 걷는다고 보아야 한다.

내가 가는 길은 낙동정맥 따라 백두대간 주능선을 연결하여 산줄기만 단독종주하는 산길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이곳을 태백산맥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태백산맥이라는 어원은 일본 동경제국대학 이학박사 고또분지로라는 지질학자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1900년과 1902년 두 차례에 걸쳐 14개월 동안 우리 나라의 지질을 조사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 조선산악론이라는 논문과 지질구조도를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지형지세를 지질선과 같은 땅속의 단층구조선처럼 기하학적인 논리로 갖다 붙여놓고 우리나라 지형의 산줄기를 산맥체계로 만들어 버렸다. 그 때부터 우리나라 고유의 지리개념은 사라지고 태백산맥 소백산맥 같은 명칭의 산맥체계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일제시대 광물자원 등을 수탈하고 민족 정기를 말살할 목적으로 우리나라 선조들의 고유한 지리개념을 무참히 사장시켜 온 결과를 초래해왔다. 일본 학자가 만든 산맥체계는 지질구조선에 바탕한 체계여서 우리나라 지리학계에서는 사라져야 할 일제 잔재 청산물이다. 태백산맥, 소백산맥, 차령산맥, 이 모든 이름붙여진 산맥들은 실제로 물길을 수십 수백번 이상 건너야 하고, 우리나라의 지형을 이해하는 데에 혼선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조들은 태백산맥을 낙동정맥이라고 불렀다. 낙동강의 동쪽 분수령을 이루는 산줄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리산에서 백두산 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고 부르면서 우리나라의 지형 지리를 산자분수령의 원리로 이해해 왔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가 적용되었다. 나는 우리나라 지형 지세를 활용하여 생활해 온 선조들의 지혜에 따라 낙동정맥 주능선과 백두대간 주능선길을 걸어갈 계획을 세운 것이다. 환영이의 사십구재를 백두대간 순례로 준비하면서 나는 우리나라 산경표(山經表)를 근간으로 하는 산경도에 푹 빠져 들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입각하여 우리나라 지리지형을 집대성한 결정판이었다. 나는 우리나라 고유의 지리개념인 산자분수령의 원리를 통해 실제 산줄기와 물줄기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나는 물길에 끊이지 않는 770km 산줄기 마룻금 능선만을 따라 걸어갈 것이다. 그곳에서 내 안에 살고 있는 환영이를 보다 더 자유롭게 놓아줄 것이다. 그는 나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한다. 49일동안 오직 산능선에서만 생활하며 해원상생(解寃相生)의 길을 가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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