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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 2장 (봉선생님의 행복론) 2. 봉선생님의 행복론 환영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곳에 올랐건 안올랐건 그것이 뭐가 중요해! 한시에 올랐건 두시에 올랐건 그것이 도대체 뭐가 중요하냔 말이야, 사람이 죽었는데.” 환영이가 살아나서 마루바닥을 치며 통곡하고 있었다. “도대체 중요한 것이 뭐냔 말이야.” 환영이가 통곡을 하며 울고 있었고, 나는 가슴을 졸이며 지켜만 보고 있었다. 식은 땀이 흐르고 온 몸이 얼어 버려서 꼼짝할 수 없었다.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하며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렇게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환영이가 꿈에 나타나 뭔가 억울해 하고 있었다. ‘뭐가 중요하냐’는 말을 되풀이했다. 꿈속에서 했던 그의 말이 생생히 기억났다. 환영이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최근에는 단 한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았던 환영.. 2022. 1. 21.
4부 - 1장 (대천덕 신부님) [4부 : 내 안의 빛을 밝히며] 1. 예수원 대천덕 신부님 오늘부터 백두대간 주능선길이 시작된다. 이른 아침, 여관방에서 지인이와 헤어진 후, 통리역에서 들려오는 기적소리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제 하루 휴식일을 보냈더니 피로가 많이 풀렸다. 지인이와 대화하면서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다. 열흘치 식량꾸러미를 보급받아 배낭은 다시 20kg이 넘는 무게가 되었지만, 하루의 휴식일을 보내고나니 컨디션은 다시 최상이 되었다. 어제까지 걸어온 길은 낙동정맥 주능선 길이었다. 부산에서 지금까지 낙동정맥따라 한달동안 실제 산행거리 500km는 걸어온 것이다. 이제 4,5차 구간은 백두대간 본능선길이다. 오늘 그 시발점인, 낙동강과 한강, 그리고 동해바다 오수천으로 흐르는 삼수령(三水嶺)이 매봉산 근처에 있다.. 2022. 1. 21.
3부 - 7장 (통리역과 산악잡지) 7. 통리역과 산악잡지 날이 밝았는데도 도대체 비가 그칠 기미가 안보인다. 진퇴양란이다. 출발할 것인가, 기다릴 것이가. 나는 결정을 해야했다. 더욱 거세지는 산죽밭의 아우성에 당혹스러워졌다. 밤새도록 내린 빗물에 젖어있는 침낭을 보면서 떠나자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탠트 안에만 갇혀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오늘 하루만 운행하면 계획상 3차구간은 종료된다. 그러면 나는 내일 하루 휴식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오늘은 약 9km 가량을 걸어서 통리역까지만 가면 지원조를 만날 수 있고 내일 하루 푹 쉴 수 있다. 비를 맞아가며 젖은 탠트를 접어서 배낭안에 구겨 넣었다. 비가와서 지도를 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선 독도법도 소용없었다. 오직 .. 2022. 1. 19.
3부 - 6장 (승부터계곡) 6. 승부터 계곡 수북히 쌓여있는 낙엽더미를 헤치며 산비탈을 내려가다가 잠시 멈춰섰다. 지도에서 내 위치를 파악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발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 아래를 자세히 쳐다보니 장지뱀 몸통이 뒤틀린채 발광하듯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뱃속 내장도 터져나와 있었고 잘려나간 꼬리가 파르르 떨며 꿈틀거렸다. 새끼손가락만한 장지뱀의 운명이 왜 이렇게 되었던 것일까. 장지뱀 입장에서는 낙엽속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하고 있었을텐데, 재수없게도 내 신발바닥에 정확히 밟혀버렸으니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나도 억울한 거였다. 불쌍한 것. 웬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던가. 낙엽속에 숨어 있다가 내 발에 밟히는 순간, 찍소리도 못냈겠지? 나는 무슨 권한으로 장지뱀의 운명을 짓밟았던 것일까. 장지뱀은 꼬리가 .. 2022.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