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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실16

고백 4 - 무위당 (시) [고백 - 4 (무위당)] 무위당(无爲堂)께서 고백의 시대가 온다고 보듬고 껴안으면서 함께가야 한다고 울먹일 때 칼바람 새벽녘까지 거지도 불구도 몸파는 여인도 아름답다고 회 한 접시에 소주잔 기울이다 중생구제 보은보시 하던날, 함박눈 쌓이어 지워진 귀가길 보름달 뜬 강둑에서 콧노래 흥얼대며 사랑이라고 사랑이라고 휘엉청 휘엉청 사랑이라고 * 무위당(无爲堂) : 조한알 장일순 선생의 호. 2021. 2. 1.
아름다운 여행 (시) [아름다운 여행] 여행이란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답게 동행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 아름다운 당신과 아름다움을 보며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아름다움을 선택하는 것 영혼이 맑은 사람과 새로움의 눈을 뜨며 스스로 아름다움임을 알아차리는 것 (201229,21:30) 2020. 12. 26.
시베리아 횡단열차 (시) [시베리아 횡단열차] 나의 유전자는 5천년이 아니야. 한민족의 시원이 맞닿아 있는 이르쿠츠크 바이칼호수 나를 닮은 알혼섬 푸른눈 부랴트족 샤머니즘과 고조선 단군신화의 자랑스런 후예도 아니고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 최재형 안중근 이상설과 연해주 한인들의 잔인하고 처절했던 독립운동사가 지평선 넘어 저물어가는 노을의 마지막 절정에 타오르면 열차침구에 누워 태초의 기원에 빨려 들어가게 되더라구. 강제이주정책에 떠밀려 라즈돌로예역으로 내팽겨쳐진 고려인들의 끈질긴 연명이 마을에 손주까지 남겨두며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살아낸 선조들의 뿌리가 기찻길을 따라 흐르고 흘러 전설이 되지 않았다면 발해 고구려의 흔적과 아무르강 하바롭스크 이주한인도 노보시브르스크 알타이산맥 넘어 예카테린부르크 우랄산맥까지 모스크바 상트.. 2020. 11. 10.
어블랜츠 (시) 어블랜츠 1. 그대, 유서를 써보았는가 눈덮힌 산정(山頂)으로 결빙의 노래를 부르다 만년설 속에 숨어든 설인의 전설을 기억하는가 육신이란 설원의 햇살처럼 좌초되고 그 최후의 안식마저도 살아남은 자의 뒤안길에서 초롱불 밝히는 사나이의 자비를. 2. 그것은 눈사태였어요 어머니 배낭무게 만큼의 시련은 아니었어요 산을 삼킨 안개구름 속으로 횃불하나 들고 달렸을 뿐 당신을 위해 그곳에 오르려 했던 것을 용서해요 캐언을 쌓아 올리고 붉은 깃발을 꽂겠다는 다짐을 어머니 어머니 * 어블랜츠(avalanche) : 눈사태 - 이 시의 이야기는 청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만 스물셋, 내 나이 스물셋에 벌어졌던 이야기다. 그 때 당시 나는 전문산악인이었다. 암벽등반 빙벽등반 장기종주산행을 하며 산에 미쳐 살.. 2020.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