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창작실

어블랜츠 (시)

by 당당 2020. 11. 2.

어블랜츠

 1.


 그대,                               
 유서를 써보았는가         
 눈덮힌 산정(山頂)으로 
 결빙의 노래를 부르다 
 만년설 속에 숨어든 
 설인의 전설을 기억하는가 

 육신이란 
 설원의 햇살처럼 좌초되고 
 그 최후의 안식마저도 
 살아남은 자의 뒤안길에서 
 초롱불 밝히는 사나이의 자비를.

  
 2.

 그것은             
 눈사태였어요
 어머니
 배낭무게 만큼의 시련은
 아니었어요
 산을 삼킨 안개구름 속으로 
 횃불하나 들고 달렸을 뿐
 당신을 위해 
 그곳에 오르려 했던 것을
 용서해요
 캐언을 쌓아 올리고
 붉은 깃발을 꽂겠다는 다짐을
 어머니
 어머니

* 어블랜츠(avalanche) : 눈사태

 

- 이 시의 이야기는 청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만 스물셋, 내 나이 스물셋에 벌어졌던 이야기다. 그 때 당시 나는 전문산악인이었다. 암벽등반 빙벽등반 장기종주산행을 하며 산에 미쳐 살았다. 그러던 중 산악회에서 추진했던 히말라야 원정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린 등정에 실패했다. 끔찍한 참사를 당했다. 일생일대의 잊혀질 수 없는 큰 사고였다. 어택(attack)중에 정상 공격조는 눈사태를 만났다 .거대한 눈사태가 우리를 덮쳤다. 갑자기 계곡을 휩쓸고 내려오는 거대한 눈사태에 우리는 속수무책 당할수 밖에 없었다. 들이닥친 눈사태로 우리는 원정대원 한 명을 잃었다. 그는 내 자일파트너였다. 

 

'시창작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여행 (시)  (0) 2020.12.26
시베리아 횡단열차 (시)  (1) 2020.11.10
여행에서 돌아오라 (시)  (0) 2020.10.19
지천명 (시)  (1) 2020.10.14
마뜨료쉬까 (시)  (1)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