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창작실16

해파랑길에서 (시) [해파랑길에서] 나는 그저 바다다 바다의 끝자락에 선 해안이다 해안에서 밀려든 모래사장이다. 나는 그저 파도에 부서지는 무른 땅일 뿐. 이름으로 갈라진 동네와 해수욕장들을 하나로 이어낸 해파랑이다 나는 그저 갈맷길이 되고 신라의 푸른길이 되고 그린블루길이 되고 해안도로가 되어 나는 그저 동해안 770 km 바닷가에서 언제나 그대를 기다리며 품어안을 뿐. 2020. 10. 4.
지구별을 위한 변명 (시) [지구별을 위한 변명] 나는 살고 싶었어요 항상 말해 왔는데 안 들렸나요 요즘은 너무 많이 아파 힘들다구요 목이 잠기고 가슴이 뜨거워요 당신은 내 몸 안에 있어요 나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요 당신이 곧 나란걸 알기 때문이죠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는 있나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아시나요 무엇을 하고 말아야 하는지 모르시나요 나에게로 와서 나에게로 오는 당신은 내 사랑안에 있어요 천국과 지옥도 당신이 만들고 천사와 악마도 당신이 불러내죠 기도하세요. 나는 당신의 기도를 듣고 있답니다 노래하세요. 나는 당신의 삶과 함께 합니다 더 늦기전에 이 사랑을 나눠 주세요 더 늦기전에 나를 보세요 ㅡ 2020년 2월 코로나 국면이 시작될 무렵 모로코 여행중에 지구의 아픔을 생각하며 써본 시입니다. 2020. 9. 30.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그의 안부를 묻듯가난의 고통에 잠긴 이웃과불가피한 이방인도위로받는 정성으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생명을 품은 어미처럼반짝이는 77억의 눈으로온 세상의 아름다움에 불 밝혀 나아가기를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내 안에 깃든 당신이 언제나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더 높은 곳에서 하나되어바램없이 노래하기를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나 자신을 위한 기도가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고내가 곧 당신임을받아들이고 복종하기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20200923) - 지난 2020년 2월말 아프리카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쓰여진 시를 퇴고해 보았습니다. 함께 여행했던 학생이 방파제에서 머리를 다쳐 큰 사고가 있었던 즈음, 병실에서 그를 간호하며 쓰여졌던 시입니다. 2020. 9. 28.
사하라 사막에서 (시) [사하라 사막에서] 빛나는 생애 최고의 날에 그런 날들로 영원한 평화가 베르베르인의 흩날리는 질레바처럼 어린 살결을 매만지는 모래언덕같이 오아시스로 떠오르는 신기루같이 곱게 탄 황금능선을 내달리는 바람처럼 알알이 빠져드는 낙타의 굳센 발걸음처럼 중요한 건 마음으로 보는 어린왕자처럼 별을 헤며 건너오는 그대 안고서 잠든 영혼위에 지긋이 내려앉지 않는다면 사하라의 폭풍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 (202000917) 2020.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