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프롤로그]

 

이 이야기는 청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내 나이 스물셋에 벌어졌던 이야기다. 그 때 당시 나는 전문산악인이었고, 산악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칭호를 들을 때였다. 암벽등반, 빙벽등반, 장기종주산행을 하며 산에 미쳐 살았다. 그러던 중 산악회에서 추진했던 히말라야 한국원정대 대원으로 발탁되어,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바기라티 Ⅳ봉(6193m)에 세계 최초의 루트를 개척하여 오르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우리는 계획대로 히말라야로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린 등정에 실패했다. 끔찍한 참사를 당했다. 일생일대의 잊혀질 수 없는 큰 사고였다. 정상 어택(attack)중에 공격조는 거대한 눈사태를 만났고. 그 눈사태가 우리를 덮쳤다. 우리는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인해 소중한 대원 한 명을 잃었다. 그는 내 친구 환영이였다.

 

환영이는 불귀의 객이 되어 지금도 히말라야 만년설 속에 묻혀있다. 그의 시신은 수습을 하지 못하고 우리 원정대는 고국으로 철수해야 했다. 그 한(恨)이 전율처럼 다가와 하루 하루가 고통스러웠다. 그를 히말라야에 묻어두고 돌아온 날부터 나는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지만 항상 수포로 돌아갔다.

 

환영이를 위한 좀 특별한 사십구재(四十九齋)를 계획한 동기도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만년설 깊이 잠들어 있는 그의 넋을 기리며 49일간 백두대간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다. 그렇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백두대간 순례 계획을 세워 나가며, 그와의 진정한 재회를 꿈꾸며 백두대간 주능선길 770km를 걷고 또 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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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블랜츠 (avalanche)

 

- 故 환영이에게

1.

 

그대,

유서를 써보았는가

눈덮힌 산정(山頂)을 향해

결빙의 노래를 부르다가

만년설 속에 숨어든

설인의 전설을 기억하는가

 

육신은 헌누더기처럼

설원의 햇살처럼 좌초되고

그 최후의 안식마저도

살아남은 자의 뒤안길에서

초롱불 밝히는 사나이의 자비를.

 

 

2.

 

그것은

눈사태였어요

어머니

배낭무게 만큼의 시련은

아니었어요

산을 삼킨 눈사태 속으로

횃불하나 들고 달렸을 뿐

당신을 위해

그곳에 오르려 했던 것을

용서해요 어머니

캐언을 쌓아 올리고

붉은 깃발을 꽂겠다는 다짐을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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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울지 마라,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니요,

가고 싶어 가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 보아라,

네 아들은 이 땅 위에 살려고

어디로부터 온 것이냐,

이 짤막한 생을 살려고

한 길로 왔다가

또 다른 길로 가는 것을.

이 생이 그러하면 저 생도 그러하다.

울 것이 무엇이냐?

 

- '티벳사자의 서'

(비구니 포타카라가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