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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

산티아고 순례문화와 마음가짐

by 당당 2020. 9. 14.

 

순례자의 길이라 불리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다.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다가 순교당했던 현장이다. 1122년 로마 교황청이 산티아고 대성당에 안치된 야고보의 유해를 공식 인정한 후, 로마 그리고 예루살렘과 함께 세계 3대 성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므로써 교황 칼리스토 2세에 의하여 야보고 유해의 진위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전기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수세기를 걸쳐 성지순례길을 오르던 유럽인들과 카톨릭 신자들에 의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는 길들이 각 나라별로 거미줄처럼 만들어지게 되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전 지역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갈라시아 주의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성당에서 끝이 난다. 1986년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이 길을 순례한 뒤에 쓴 소설 순례자들’, ‘연금술사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 각국의 모든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관광 중심지로 거듭났다.

 

 

코라나 국면 이전까지 한국사회에서의 산티아고 순례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GOD 가수그룹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JTBC 10부작 같이 걸을까가 방영되었고, tvN 에서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출연하는 스페인하숙이 방영되는 등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로망이 급속히 확산되어 왔다. 산티아고 순례를 버킷리스트 1호로 품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코로나 국면 전까지 중견기업 대형여행사들이 산티아고순례 상품들을 대량으로 출시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시류에 편승한 여행사들의 무분별한 산티아고 상품판매가 이어지면서, 산티아고 순례의 새로운 풍속도도 만들어졌다. 산티아고 전세기 항공편을 운항하는 여행사도 생겨났고, 구간 마다의 핵심 코스를 선정하여 잠시만 걷다가 대형관광버스로 다시 이동하는 널뛰기식 순례일정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묵었던 숙소에서 저녁에 묵게 될 숙소까지 짐을 옮겨다주는 돈키서비스 (Transporte de Mochila)도 생겨났다. 순례자의 수요에 맞춰 새로운 순례풍속도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산티아고 순례의 의미와 순례자로써의 마음가짐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고 있다.

 

 

스페인 북서부 갈라시아 지방의 관광청 본부장 마리아 델 카르멘(Maria del carmen)지난 2004년에는 오직 18명의 한국인만이 순례자증명서를 발급 받았지만, 지난 2017년에는 5117, 2018년에는 5501명이 발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또한, 20199월까지의 순례자증명서 발급통계가 지난 2018년 한 해의 숫자를 벌써 넘겨버렸다고 말했다.

 

 

순례자증명서란,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최소 200km 이상을 도보로 걸어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구간 100km 이상을 매일 2곳 이상의 순례증명 스템프를 받으면서 순례할 경우에만 발급해준다. 순례자증명서를 발급 받았다는 의미는, 교통수단없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꾸준하게 걸어서 완주했음을 산티아고협회에서 공인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년 한국인들의 산티아고 순례 증가추세가 이어지더니 2019년에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4년 순례자증명서를 발급받은 한국인이 18명이었는데, 2019년도에 6천명에 육박했으니, 15년간의 증가추세를 보면 가히 폭발적인 인기다.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무수한 산티아고 순례코스 중에서 80% 이상이 일명 프랑스길을 찾고, 나머지는 포르투갈길(7%) 북쪽길(5%) 등 또 다른 카미노 길을 이용하고 있다.

 

 

스페인정부 관광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7년에는 40만명, 2018년에는 46만명으로 매년 한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하는 관광객들은 5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인은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케나다, 포르투갈, 미국인에 이어 9번째로 많은 순례자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곤살로 오르티스(Gonzalo Ortiz) 주한 스페인 대사는 2020년 신년 발표에서 스페인 현지 관광지에 한국어 서적을 비치하고, 특히 산티아고순례길 홍보도 더욱 강화하는 등 내년에도 한국세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주도(州道)로 하고 있는 갈리시아 주()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밀려오는 한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지역경제의 호황을 누려 왔다.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버킷리스트 1순위에 산티아고를 선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돌아보면, 한국사회에서 산티아고순례에 대한 신드롬(syndrome)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에 왜 열광하게 되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 참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기 위함이지 않았을까. “진정한 나는 무엇일까, 이 길의 끝에 서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삶의 길을 묻고, 순례중에 만나는 나의 실체와 대면하는 시간, 나를 찾아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이전처럼 마음 편하게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당신이 코로나 국면이 멈추고 산티아고를 가고자 한다면, 그 순례의 의미와 목적을 잘 세워서 떠나야 한다. 노란화살표를 확인하면서 카미노 길을 묵묵히 걷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산티아고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산티아고가 나를 통해 세상에 실현코자 하는 것을 드러내는 과정에 함께하고 있음이 느껴질 것이다. 산티아고가 나인지, 내가 산티아고인지 알수 없는 황홀한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 산티아고와 하나되어 숨을 쉬고 걸으며, ‘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축복된 사람인지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바치는 온전한 기도가 되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눈뜨면 고운 세상이다. 산티아고 순례를 하다보면 당신은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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