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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

여행의 의미를 찾아서

by 당당 2020. 9. 25.

 

네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BC캠프에서

 

 

청소년들과 십여년간 국내외 여행을 가이드하며 살던 방식이 코로나 국면에서 멈췄다. 직장도 직업도 직책도 사라졌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화두만 남았다. 2020년 진행하려던 모든 국내외 여행일정은 취소되고 연기되었다. 여행에 빠져 살던 나에게 코로나는 완벽한 전환을 요구하며 반년동안 집안으로 몰아 넣었다. 아마 2020년 뿐만이 아니라 2021년, 2022년에도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도깨비에 홀린 듯 아직도 잘 모르겠고 어안이 벙벙하다. 내게 여행이란 무엇이었을까. 여행에 소중한 시간들을 온통 쏟아 부었던 나는 무엇을 쫒아 다녔던 것일까.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5550m) 어린이원정대

 

 

돌아보니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었고, 또 다른 생계방법조차 익혀 둔 것 없이 중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려니 가끔 자괴감도 올라온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던 것일까. 아니다! 어쩌면 저마다 각자의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는 무수한 여행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참된 모습을 외면해오지 않았는가! 이젠 언컨택트(Uncontact) 사회로 급속히 변화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깊이 바라 볼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온택트(ontact)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 여행없는 여행의 방식을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원하고 있다. 그런 여행이란 무슨 뜻일까. 그 의미를 생각해 본다.

 

 

 

 

여행(旅行)의 어원은, ‘무수한 무리속의 나를 만나러 가는 것’을 뜻한다. 어디를 가도 또 다른 나를 만나려 간다는 뜻이다. 한자어인 ‘여행’은 무리(旅) 여, 갈(行) 행이다. 여(旅)는 500명 이상 군대 집합체를 말하며, 많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행(行)은 가다, 걷다, 움직인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풀어보자면 ‘여행’이란, 무수한 대상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나러 가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어디를 가도 또 다른 나를 만나려 간다는 것이 여행의 뜻이다. 여행을 통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오롯이 만나는 작업이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 여행이 그렇게 우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학교에 태어나 자동입학한 학생들, 저마다 인생 수업하면서 배움의 기회를 제공받는 학생들이다. 삶 자체가 여행인 것이다. 사는 게 여행이다.

 

 

 

 

여행중에 만나고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 안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을 느끼는 것, 그 모두가 또 다른 나의 현현(顯現)임을 깨닫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다. 무엇이 참인지 그 실체적 진실을 바라보는 과정인 것이다. ‘나’를 제외한 그 모든 것들이 ‘나’란 존재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알게되는 과정의 기회를 여행은 제공하고 있다. 여행의 시간들은 분리된 대상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나’를 보살피고 어루만짐으로써, ‘나’의 실체를 발견하고 하나된 삶의 통합을 이루게 한다.

 

 

 

 

결국 여행이란,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아 가는 것. 제 자리로 돌아오기 위함이다. 본연의 제 자신과 마주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식이다. ‘저 자신을 알면 하나님을 보는 것(도마복음)’이라는 예수의 말씀을 행하는 것이다. 돌아온 탕자처럼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서는 것이다. 무명(無明)에 가려, 에고(ego)에 갇혀 방황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 생명의 뿌리를 찾아 제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이 몸이 어디서 왔으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기억해내고 밝혀 나가는 과정이다. 제 본향을 묻고 그 근원의 뿌리를 찾아 가는 것. 그 본연의 자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는가.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있어왔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여행의 궁극적 목적이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인생 여행자들이다.